출처 : http://www.hani.co.kr/arti/sports/soccer/437364.html

지소연을 통해본 한국 여자스포츠
한겨레
» 지소연
“지금 무슨 얘기합니까? 선수들이 남자를 알면 그 순간부터 망합니다. 미팅을 하라구요?”
7월11일 축구스타 지소연(19·한양여대)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충북 보은 속리산 국립공원 숙박시설지구의 한 모텔 입구에서 만난 고교 여자축구팀 감독의 도발적인 발언이다. 지소연과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남자친구는 있니? 미팅도 하구 그래야지”라고 말한게 발단이었다. 모텔에서 함께 합숙하던 이 고교 감독이 지나가다가 인터뷰를 듣고 막무가내로 개입했다. “아니, 어디서 왔어요? 왜 선수들한테 그런 식으로 물어봐요. 이따 운동나가야 하는데 자꾸 그러면 스트레스 받아요”라며 한술을 더 떴다. 갑작스런 침입에 당황한 지소연은 “피곤하다”며 자리를 떠버렸다. 난감했다. 서울에서 힘들게 내려왔다가 금쪽같은 인터뷰가 20분 만에 파장난 것 때문이 아니었다. 고교에서 여자축구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의 생각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지도자 아래서 여자축구 선수들은 아침 눈뜬 순간부터 저녁 잠자리 드는 순간까지 축구만을 생각해야 한다. 과연 그럴 수가 있을까?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축구만이 전부여야 하는가? 

열악한 숙박환경 선수들은 괴롭다

애초 지소연 선수를 취재하러 가면서 숙소가 ‘000 호텔’이라고 들었을 때, “아! 이제 선수들이 제대로 된 시설에서 자는구나”라고 생각했다. 10년전 여자하키 대표팀 선수를 취재할 때가 떠올랐다. 당시 성남종합운동장 하키장에서 연습하던 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주변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운동을 했다. 밥도 근처 식당에 정해놓고 먹었는데, 초청받은 밥상에 콩나물 김치국이 메인메뉴였던 기억이 난다. 운동환경이 좋은 태릉에서의 훈련 일수가 초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기장이 있는 성남에서 연습훈련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씁쓸했었다.

10년이 지난 시점, 한국 여자축구는 20살 이하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지소연은 역대 한국 축구선수 개인 최고상인 실버볼과 실버슈를 차지했다. 나는 과거보다 선수들이 훨씬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나 그것은 순진한 착각이었다. 속리산 입구 아래 시설지구에 번듯한 호텔은 없었다. 대개 1~3층의 낡은 모텔 건물에 무슨무슨 호텔이라는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이다. 그것도 최신 모텔은 아니었다. 나이트클럽과 술집이 늘어선 뒷골목을 끼고 찾아간 지소연의 숙소. 마당 한쪽에는 차 몇대가 주차돼 있었고, 공동 세탁실엔 선수들의 팬티 등 속옷 빨래들이 널려 있었다. 선수들은 5~6명이 한 방에 자야하는데, 밤거리가 조용할 것 같지가 않았다. 이곳엔 고교 여자축구 선수들도 와 있었다. 기자는 왜 이곳에서 여름 베이스캠프를 차려야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관광지에 캠프를 차리면 밤에 여흥을 즐기기에는 좋다. 혹시 남성 지도자들이 이런 것을 원했을까?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여자 선수들을 우습게 보는 풍토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수시절 여관방에서 숙소를 잡으면 미칠 것 같았다. 환경 자체가 집중해야 하는 선수들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깨끗한 숙소를 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했다. 굳이 지방으로 전지훈련을 가야 한다면 부근의 실업여자축구 구단과 조율해 숙소를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훈련비가 부족해 모텔에 묵었다면 그것은 더욱 말이 안된다. 차라리 학교 시설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한국의 학원 스포츠에서 ‘감독=대장’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감독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숙소가 번잡한 유흥지의 모텔이라 하더라도, 감독이 결정하면 선수들은 따라야 한다.

선수 이적이나 실업진출 등에서도 감독은 큰 영향력을 갖는다. 독일 월드컵 이후 전해오는 해외구단의 러브콜은 감독 창구를 통해서만 지소연에게 전달될 뿐이다. 감독은 선수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역으로 에이전트가 나선다면 어떻까? 일정한 보수를 받고 선수 이익을 위해 100% 전념하는 에이전트가 선수한테는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국내 여자선수들이 독립적인 에이전트를 둔 일은 거의 없다. 그동안 에이전트를 둘 정도로 스타 선수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것도 요인이지만, 에이전트 문화를 낯설게 여기는 여자축구의 권위주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소연은 “에이전트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접촉이 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진짜로 너무한거야... 잘하면 잘했다고 해주는 것도 그 때 뿐이지..
정말로 잘했고 열심히 한게 인정받는 뿌듯한 세상이 됬으면 한다.



+ Recent posts